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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임계점 50억, 왜 모든 D2C 브랜드는 결국 백화점으로 향하는가?

매출 임계점 50억, 왜 모든 D2C 브랜드는 결국 백화점으로 향하는가?

버클 이래관 CXO

D2C 브랜드 오프라인 진출

2026 리테일 트렌드, 왜 글로벌 D2C 브랜드는 다시 '브릭 앤 모타르'로 회귀하나?

“데이터는 숫자 뒤에 숨은 ‘망설임’까지 읽어내지 못합니다. 온라인이 효율을 계산할 때, 오프라인은 ‘확신’을 팝니다. 89년생 쇼퍼이자 CXO의 시선으로 본 리테일 생존 전략입니다.”

최근 리테일 시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브릭 앤 모타르(Brick and Mortar)’, 벽돌(Brick)과 회반죽(Mortar)으로 지어진 물리적 매장, 즉 전통적인 오프라인 공간을 뜻하는 단어죠. 오프라인 공간이 온라인의 한계를 돌파할 열쇠로 조명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리테일 시장이 오프라인 공간에 주목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이성적 소비와 충동적 소비 “고객은 화면이 아니라 체험 앞에 지갑을 연다.”

저는 온라인에서 물건을 잘 사지않는 사람입니다. 89년생 뱀띠로 연도는 MZ지만, 영포티 친구들과 형들이 더 많은 사람입니다. 저의 어릴 적을 돌아보면 중학교 때부터 동대문 새벽시장을 돌아다니며 도매 형들과 딜하면서 깎는 맛이 있는 APM Place를 돌아다니며 옷을 사곤 했습니다. 깎아도 손해라는 건 몰랐지만요.

2000년대 동대문 이미지(출처=피식대학)

2000년대 동대문 이미지(출처=피식대학)

1세대 멋남, 쿨가이와 달타냥이 만든 쇼핑몰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쉽게 쇼핑할 수 있는 경험을 했지만 187cm의 키는 에디 슬리먼이 만들어낸 스키니진과 짧은 소매 길이를 감당할 수 없는 체형이었습니다. 지금은 빅사이즈도 아니지만, 재밌게도 과거에는 187cm에 75kg였던 제가 빅사이즈 쇼핑몰의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한국인의 체형이 작기도 했었고 키가 180cm만 넘어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옷들은 반품률이 90%였습니다.

글을 쓰기 전 스스로에게 두 가지를 물어봤습니다.

  1. 과연 난 온라인과 오프라인, 어디서 더 많은 충동구매를 하고 있을까?

  2. 인스타에서 광고를 보고 구매한게 있나?

첫번째 저의 대답은 당연하게도 ‘오프라인’입니다.

어릴적 부터 힙합을 좋아했고, 스눕독과 스켑타(Skepta)와 같은 음악을 통해 문화를 배웠고 그들의 패션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제가 선호하는 옷들은 오버핏으로 잘 맞긴 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선호하는 스타일의 옷을 찾기 힘들었고, 주로 이태원에서 구매할 수 있었죠. 함께 간 친구가 뭔가를 사면 저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우연치않게 입어본 자켓이 지금 내 자켓보다 멋지다면 충동적으로 결제하고 입고 나간 기억이 대부분입니다.

반면 온라인은 대부분 대중이 좋아할 만한 옷을 판매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힙합 장르를 구매할 수 있는 건 노티카, 슈프림, 푸부같은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두번째 대답은 예스 앤 노 입니다.

과거 전화번호 책을 펼쳐 영업 대상자를 찾던 세일즈맨들이 하던 행위가 디지털화된 것이 ‘검색 광고’이고, 신문이나 매거진에 중간 중간 끼워서 노출하던 형태가 ‘디스플레이 광고(퍼포먼스 광고)’라고 합니다. 디스플레이 광고는 구매를 전환하기보다 브랜드를 노출하고 인지시키는 것에 가깝습니다. 두번째 대답이 예스 앤 노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바로 구매한 것은 아니였지만, 구매에 영향을 끼친 것은 맞습니다.

저에게 온라인은 이성적인 소비 공간에 가깝고, 오프라인은 충동적 소비 공간에 가깝습니다. 광고가 구매 기여에 역할을 하지만, 최종 확신을 만들어내는 건 결국 오프라인 경험이었으니까요.

AI시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접객의 미학

오프라인 매장은 참 재미있지만, 동시에 참 어려운 곳이죠. 구매하려는 옷이 정해져 있는 '목적형 쇼핑'이라면 그 물건을 찾기 위해 둘러보겠지만, 쇼핑이라는 것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나의 시각을 자극하는 무언가를 찾아나가는 ‘충동적 소비’의 역할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죠.

마네킹에서 '브랜드 페르소나'로, 판매 사원의 역할이 바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만 보고 나한테 잘 어울릴지 판단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네킹이 있는 것이죠. 하지만 요즘엔 매장에서 마네킹을 잘 볼 수 없습니다.

저는 옷걸이에 걸쳐진 옷을 보고 이게 나에게 잘 어울릴지 판단하지 못합니다. 나와 비슷한 체형의 누군가가 그 옷을 입고 멋있었던가, 내가 직접 입어서 감탄하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는 편이죠. 그런 측면에서 마네킹이 아닌 아닌 우리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알려주고 제안을 하는 판매사원이 마네킹을 대체한 것입니다.

특히 새롭게 부상한 브랜드일수록 더욱 더요. 대신 브랜드의 페르소나를 직접 보여줄 수 있는 판매 사원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잡코리아에 올라온 A브랜드의 오프라인 슈퍼바이저 직무기술

잡코리아에 올라온 A브랜드의 오프라인 슈퍼바이저 JD

위 이미지는 잡코리아에서 발췌한 A브랜드의 오프라인 슈퍼바이저의 지원자격입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없었던 ‘활발한 SNS 활동’이라는 내용이 추가되었죠. 브랜드 B는 브랜드의 옷이 가장 잘어울리는 모델이나 인원들을 위주로 오프라인 판매사원/점장을 채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마치 아베크롬비가 브랜드 런칭 시 그들의 페르소나인 잘생기고 몸좋은 모델들을 상의 탈의하고 매장 앞에 배치하고, 버스를 타고 홍보하러 다닌 것 처럼요.

밀리초 단위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인간 뿐이다

AI기술은 단순 CS에 답변하는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딱히 솔루션을 사용하지 않아도, 보유하고 있는 FAQ와 상품 상세정보를 기반으로 답변을 만들어 CS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을 모방해 공감과 감정을 표현하는 목소리로 유선 상담을 해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가지, AI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접객’이죠.

제가 이야기하는 접객은 단순 키오스크가 대신하는 주문과 결제의 수준이 아닙니다. 밀리초단위로 발생되는 인간의 감정을 캐치하고 필요에 따라 제공되는 인간의 고유한 기술을 뜻합니다. 수많은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직감’으로 상대방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차리는 것, 이것은 아직 데이터가 흉내낼 수 없는 영역입니다.

오프라인 매장 운영의 현실과 브랜드의 성장 방정식

저는 8평짜리 면세점에서 연 매출 100억을 달성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온라인 커머스를 운영하는 것과 오프라인 매장 운영은 전혀 다른 차원의 체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매장 직원의 급여 및 인센티브 관리

  • 백화점/유통사 수수료 및 임대료

  • 온-오프라인 구매 고객 데이터 통합

  • 시즌별 DP 변경 및 집기 생산

  • POS, ERP 솔루션 도입 및 재고 수급

당장 생각나는 저의 고충만 나열해도 저 정도네요. 하지만 브랜드가 특정 궤도에 오르면 오프라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됩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생존 전략이 되는 순간, 매출 임계점

제가 많은 브랜드를 만나며 지켜본 결과, 평균적으로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시기는 연 매출 50억(월 매출 약4-5억) 전후입니다. 평균 영업이익률을 10~15%라고 가정하면, 월 3억 기준 약 3,000만 원 정도의 수익이 남으니 인건비와 운영비를 감당할 체력이 생기는거죠.

버클 웨비나에서 사용되었던 브랜드 매출별 성장전략 장표(출처=버클)

버클 웨비나에서 사용되었던 브랜드 매출별 성장전략 장표(출처=버클)

위의 표는 유통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온라인 기반으로 시작한 브랜드가 어떻게 매출 성장을 이뤘는지에 대해 발표한 자료입니다. 온라인 비즈니스만으론 고객 획득 비용이 계속해서 오르고, 브랜드 충성도를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이런 **'매출 임계점(Glass Ceiling)'**을 뚫기 위해 오프라인이라는 엔진을 생존 전략으로 채택합니다.

글로벌 D2C 브랜드가 증명한 오프라인 매장의 필요성

앞서 말했던 오프라인 진출, 오프라인 회귀에 대한 트렌드는 글로벌 리테일 트렌드가 명확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지역

브랜드 및 전략

핵심 인사이트 (CXO's View)

미국

워비파커(Warby Parker)

온라인 마케팅 비용(CAC) 상승을 오프라인 '쇼룸'을 통한 높은 전환율로 상쇄

유럽

자라(ZARA)

매장을 단순 판매처가 아닌 '데이터 수집 거점'으로 활용. 고객 반응을 실시간 제품 반영

중국

허마셴생(Hema)

온-오프라인 통합(O4O)을 통해 정성적 경험을 완벽히 디지털 데이터로 치환

글로벌 D2C의 선두주자 워비파커(Warby Parker)는 오프라인의 '비즈니스 로직'을 보여줍니다. 온라인으로 미국 안경시장의 불편함을 깨부순 그들이 온라인의 편리함을 뒤로하고 오프라인으로 회귀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고객의 시력을 직접 측정하고 피팅해 주는 **'정교한 접객'**이 온라인의 고비용 구조를 해결하고 고객 생애 가치(LTV)를 극대화하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비지니스가 제공하는 가치를 상승시키고 브랜드를 프리미엄 포지션을하여 고객을 락인하기 위해서도 오프라인 매장은 브랜드의 중장기 성장에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 성장의 가장 강력한 터닝 포인트

한국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200억~500억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대형 유통망(백화점)과의 입점은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됩니다. 백화점 입점이 제공하는 자산은 크게 여섯 가지입니다.

  • 검증된 트래픽의 수혜: 별도의 모객 비용 없이 고관여 타겟 고객층에 노출됩니다.

  • 탐색적 니즈 충족: ‘체류’가 목적인 백화점 고객은 새로운 브랜드에 기꺼이 시간을 내어줍니다.

  • 압도적인 프로모션 파워: 상품권 행사 등 온라인이 흉내 내기 힘든 강력한 구매 유인책을 활용합니다.

  • 가감 없는 정성적 데이터: 내 옷을 입어보고 사지 않는 ‘진짜 이유’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오감을 자극하는 본딩(Bonding): 공간의 향기, 음악, 텍스처는 브랜드 철학을 고객의 뇌리에 이식합니다.

  • VIP 커뮤니티 락인(Lock-in): 백화점 VIP 서비스는 브랜드 재방문을 유도하는 강력한 심리적 기제가 됩니다.

탐색적 니즈 충족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2번 ‘체류’를 목적으로 한 소비자들의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오픈된 마인드입니다. 백화점을 방문하는 소비자의 목적은 ‘목적형 쇼핑’보다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써의 의미를 더 크게 갖고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한 공간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탐구해도 괜찮겠다는 마음을 갖게하고 처음 보는 브랜드에도 서슴없이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인기 브랜드 팝업에 사람이 몰리는 것도 있지만, 같은 맥락에서 ‘사람이 많으니까 나도 한번 구경해보자’라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죠.

VIP 커뮤니티 락인

그리고 6번, VIP 커뮤니티 락인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백화점 VIP 서비스의 꽃은 발렛파킹과 커피 서비스입니다. 아주 오래전 학생 시절 연이 닿아 신세계 백화점 전략부서 상무님과 식사를 한적이 있었는데요, 저는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VIP분들이 정말 커피 쿠폰을 많이 사용하시나요?”

사용률을 이야기해 주진 않았지만 이런 답변을 받았습니다.

“커피를 마시러 오기보다는 만남의 장으로써 많이 활용됩니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준 뒤, VIP 라운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시는 어머님들이 많으니까요.”

VIP는 아주 배타적인 서비스입니다. 온라인에서만 제공하는 쿠폰, 적립금 상향 조정과는 다르게 오프라인 VIP만 누릴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가 백화점에서 만들어지게 됩니다.

오프라인 진출을 고민하는 브랜드에게

연간 3만 6천 여개의 SKU를 쏟아내는 자라(ZARA)를 보며 가짜를 만드는 브랜드라고 인식하는 소비자는 없습니다. 이미 자라는 ‘트렌디’한 디자인을 ‘합리적’인 금액에 살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잡았죠. 이 이면에는 자라가 제공하는 오프라인 경험이 한 몫 했을겁니다. 매장 내 비치된 자동 결제 시스템, 쇼핑에 최적화된 매장 조명,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을 통해 브랜드가 고객의 인식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낸 것이죠.

오프라인 진출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결정 전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우리는 우리 매장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그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매장에서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진정으로 알고 있는가?”

중요한 건 결국 ‘고객’입니다. 고객을 찾고, 그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심어주는 과정 속에 해답은 이미 여러분의 마음속에 정해져 있을 것입니다.


버클 이래관 CXO

2026 리테일 트렌드, 왜 글로벌 D2C 브랜드는 다시 '브릭 앤 모타르'로 회귀하나?

“데이터는 숫자 뒤에 숨은 ‘망설임’까지 읽어내지 못합니다. 온라인이 효율을 계산할 때, 오프라인은 ‘확신’을 팝니다. 89년생 쇼퍼이자 CXO의 시선으로 본 리테일 생존 전략입니다.”

최근 리테일 시장에서 자주 언급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브릭 앤 모타르(Brick and Mortar)’, 벽돌(Brick)과 회반죽(Mortar)으로 지어진 물리적 매장, 즉 전통적인 오프라인 공간을 뜻하는 단어죠. 오프라인 공간이 온라인의 한계를 돌파할 열쇠로 조명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리테일 시장이 오프라인 공간에 주목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이성적 소비와 충동적 소비 “고객은 화면이 아니라 체험 앞에 지갑을 연다.”

저는 온라인에서 물건을 잘 사지않는 사람입니다. 89년생 뱀띠로 연도는 MZ지만, 영포티 친구들과 형들이 더 많은 사람입니다. 저의 어릴 적을 돌아보면 중학교 때부터 동대문 새벽시장을 돌아다니며 도매 형들과 딜하면서 깎는 맛이 있는 APM Place를 돌아다니며 옷을 사곤 했습니다. 깎아도 손해라는 건 몰랐지만요.

2000년대 동대문 이미지(출처=피식대학)

2000년대 동대문 이미지(출처=피식대학)

1세대 멋남, 쿨가이와 달타냥이 만든 쇼핑몰 등을 통해 온라인으로도 쉽게 쇼핑할 수 있는 경험을 했지만 187cm의 키는 에디 슬리먼이 만들어낸 스키니진과 짧은 소매 길이를 감당할 수 없는 체형이었습니다. 지금은 빅사이즈도 아니지만, 재밌게도 과거에는 187cm에 75kg였던 제가 빅사이즈 쇼핑몰의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한국인의 체형이 작기도 했었고 키가 180cm만 넘어도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옷들은 반품률이 90%였습니다.

글을 쓰기 전 스스로에게 두 가지를 물어봤습니다.

  1. 과연 난 온라인과 오프라인, 어디서 더 많은 충동구매를 하고 있을까?

  2. 인스타에서 광고를 보고 구매한게 있나?

첫번째 저의 대답은 당연하게도 ‘오프라인’입니다.

어릴적 부터 힙합을 좋아했고, 스눕독과 스켑타(Skepta)와 같은 음악을 통해 문화를 배웠고 그들의 패션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에 제가 선호하는 옷들은 오버핏으로 잘 맞긴 했습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선호하는 스타일의 옷을 찾기 힘들었고, 주로 이태원에서 구매할 수 있었죠. 함께 간 친구가 뭔가를 사면 저도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우연치않게 입어본 자켓이 지금 내 자켓보다 멋지다면 충동적으로 결제하고 입고 나간 기억이 대부분입니다.

반면 온라인은 대부분 대중이 좋아할 만한 옷을 판매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그때 힙합 장르를 구매할 수 있는 건 노티카, 슈프림, 푸부같은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두번째 대답은 예스 앤 노 입니다.

과거 전화번호 책을 펼쳐 영업 대상자를 찾던 세일즈맨들이 하던 행위가 디지털화된 것이 ‘검색 광고’이고, 신문이나 매거진에 중간 중간 끼워서 노출하던 형태가 ‘디스플레이 광고(퍼포먼스 광고)’라고 합니다. 디스플레이 광고는 구매를 전환하기보다 브랜드를 노출하고 인지시키는 것에 가깝습니다. 두번째 대답이 예스 앤 노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바로 구매한 것은 아니였지만, 구매에 영향을 끼친 것은 맞습니다.

저에게 온라인은 이성적인 소비 공간에 가깝고, 오프라인은 충동적 소비 공간에 가깝습니다. 광고가 구매 기여에 역할을 하지만, 최종 확신을 만들어내는 건 결국 오프라인 경험이었으니까요.

AI시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접객의 미학

오프라인 매장은 참 재미있지만, 동시에 참 어려운 곳이죠. 구매하려는 옷이 정해져 있는 '목적형 쇼핑'이라면 그 물건을 찾기 위해 둘러보겠지만, 쇼핑이라는 것은 앞서 말했던 것처럼 나의 시각을 자극하는 무언가를 찾아나가는 ‘충동적 소비’의 역할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AI가 대체할 수 없는 경험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이죠.

마네킹에서 '브랜드 페르소나'로, 판매 사원의 역할이 바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만 보고 나한테 잘 어울릴지 판단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네킹이 있는 것이죠. 하지만 요즘엔 매장에서 마네킹을 잘 볼 수 없습니다.

저는 옷걸이에 걸쳐진 옷을 보고 이게 나에게 잘 어울릴지 판단하지 못합니다. 나와 비슷한 체형의 누군가가 그 옷을 입고 멋있었던가, 내가 직접 입어서 감탄하지 않으면 선택하지 않는 편이죠. 그런 측면에서 마네킹이 아닌 아닌 우리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알려주고 제안을 하는 판매사원이 마네킹을 대체한 것입니다.

특히 새롭게 부상한 브랜드일수록 더욱 더요. 대신 브랜드의 페르소나를 직접 보여줄 수 있는 판매 사원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잡코리아에 올라온 A브랜드의 오프라인 슈퍼바이저 직무기술

잡코리아에 올라온 A브랜드의 오프라인 슈퍼바이저 JD

위 이미지는 잡코리아에서 발췌한 A브랜드의 오프라인 슈퍼바이저의 지원자격입니다. 실제로 과거에는 없었던 ‘활발한 SNS 활동’이라는 내용이 추가되었죠. 브랜드 B는 브랜드의 옷이 가장 잘어울리는 모델이나 인원들을 위주로 오프라인 판매사원/점장을 채용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마치 아베크롬비가 브랜드 런칭 시 그들의 페르소나인 잘생기고 몸좋은 모델들을 상의 탈의하고 매장 앞에 배치하고, 버스를 타고 홍보하러 다닌 것 처럼요.

밀리초 단위 감정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인간 뿐이다

AI기술은 단순 CS에 답변하는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딱히 솔루션을 사용하지 않아도, 보유하고 있는 FAQ와 상품 상세정보를 기반으로 답변을 만들어 CS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인간을 모방해 공감과 감정을 표현하는 목소리로 유선 상담을 해주기도 하고요. 하지만 한가지, AI기술이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있습니다. 바로 ‘접객’이죠.

제가 이야기하는 접객은 단순 키오스크가 대신하는 주문과 결제의 수준이 아닙니다. 밀리초단위로 발생되는 인간의 감정을 캐치하고 필요에 따라 제공되는 인간의 고유한 기술을 뜻합니다. 수많은 경험이 쌓여 만들어진 ‘직감’으로 상대방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차리는 것, 이것은 아직 데이터가 흉내낼 수 없는 영역입니다.

오프라인 매장 운영의 현실과 브랜드의 성장 방정식

저는 8평짜리 면세점에서 연 매출 100억을 달성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온라인 커머스를 운영하는 것과 오프라인 매장 운영은 전혀 다른 차원의 체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매장 직원의 급여 및 인센티브 관리

  • 백화점/유통사 수수료 및 임대료

  • 온-오프라인 구매 고객 데이터 통합

  • 시즌별 DP 변경 및 집기 생산

  • POS, ERP 솔루션 도입 및 재고 수급

당장 생각나는 저의 고충만 나열해도 저 정도네요. 하지만 브랜드가 특정 궤도에 오르면 오프라인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됩니다.

오프라인 매장이 생존 전략이 되는 순간, 매출 임계점

제가 많은 브랜드를 만나며 지켜본 결과, 평균적으로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을 내는 시기는 연 매출 50억(월 매출 약4-5억) 전후입니다. 평균 영업이익률을 10~15%라고 가정하면, 월 3억 기준 약 3,000만 원 정도의 수익이 남으니 인건비와 운영비를 감당할 체력이 생기는거죠.

버클 웨비나에서 사용되었던 브랜드 매출별 성장전략 장표(출처=버클)

버클 웨비나에서 사용되었던 브랜드 매출별 성장전략 장표(출처=버클)

위의 표는 유통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라 온라인 기반으로 시작한 브랜드가 어떻게 매출 성장을 이뤘는지에 대해 발표한 자료입니다. 온라인 비즈니스만으론 고객 획득 비용이 계속해서 오르고, 브랜드 충성도를 만들어내기 어렵습니다. 이런 **'매출 임계점(Glass Ceiling)'**을 뚫기 위해 오프라인이라는 엔진을 생존 전략으로 채택합니다.

글로벌 D2C 브랜드가 증명한 오프라인 매장의 필요성

앞서 말했던 오프라인 진출, 오프라인 회귀에 대한 트렌드는 글로벌 리테일 트렌드가 명확히 증명하고 있습니다.

지역

브랜드 및 전략

핵심 인사이트 (CXO's View)

미국

워비파커(Warby Parker)

온라인 마케팅 비용(CAC) 상승을 오프라인 '쇼룸'을 통한 높은 전환율로 상쇄

유럽

자라(ZARA)

매장을 단순 판매처가 아닌 '데이터 수집 거점'으로 활용. 고객 반응을 실시간 제품 반영

중국

허마셴생(Hema)

온-오프라인 통합(O4O)을 통해 정성적 경험을 완벽히 디지털 데이터로 치환

글로벌 D2C의 선두주자 워비파커(Warby Parker)는 오프라인의 '비즈니스 로직'을 보여줍니다. 온라인으로 미국 안경시장의 불편함을 깨부순 그들이 온라인의 편리함을 뒤로하고 오프라인으로 회귀한 이유는 명확합니다. 고객의 시력을 직접 측정하고 피팅해 주는 **'정교한 접객'**이 온라인의 고비용 구조를 해결하고 고객 생애 가치(LTV)를 극대화하는 유일한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비지니스가 제공하는 가치를 상승시키고 브랜드를 프리미엄 포지션을하여 고객을 락인하기 위해서도 오프라인 매장은 브랜드의 중장기 성장에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백화점 입점, 브랜드 성장의 가장 강력한 터닝 포인트

한국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로 200억~500억의 벽을 넘기 위해서는 대형 유통망(백화점)과의 입점은 결정적인 터닝 포인트가 됩니다. 백화점 입점이 제공하는 자산은 크게 여섯 가지입니다.

  • 검증된 트래픽의 수혜: 별도의 모객 비용 없이 고관여 타겟 고객층에 노출됩니다.

  • 탐색적 니즈 충족: ‘체류’가 목적인 백화점 고객은 새로운 브랜드에 기꺼이 시간을 내어줍니다.

  • 압도적인 프로모션 파워: 상품권 행사 등 온라인이 흉내 내기 힘든 강력한 구매 유인책을 활용합니다.

  • 가감 없는 정성적 데이터: 내 옷을 입어보고 사지 않는 ‘진짜 이유’를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오감을 자극하는 본딩(Bonding): 공간의 향기, 음악, 텍스처는 브랜드 철학을 고객의 뇌리에 이식합니다.

  • VIP 커뮤니티 락인(Lock-in): 백화점 VIP 서비스는 브랜드 재방문을 유도하는 강력한 심리적 기제가 됩니다.

탐색적 니즈 충족

특히 재미있는 부분은, 2번 ‘체류’를 목적으로 한 소비자들의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오픈된 마인드입니다. 백화점을 방문하는 소비자의 목적은 ‘목적형 쇼핑’보다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써의 의미를 더 크게 갖고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한 공간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죠. 이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탐구해도 괜찮겠다는 마음을 갖게하고 처음 보는 브랜드에도 서슴없이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줍니다. 인기 브랜드 팝업에 사람이 몰리는 것도 있지만, 같은 맥락에서 ‘사람이 많으니까 나도 한번 구경해보자’라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죠.

VIP 커뮤니티 락인

그리고 6번, VIP 커뮤니티 락인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면 좋을 것 같은데요. 백화점 VIP 서비스의 꽃은 발렛파킹과 커피 서비스입니다. 아주 오래전 학생 시절 연이 닿아 신세계 백화점 전략부서 상무님과 식사를 한적이 있었는데요, 저는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VIP분들이 정말 커피 쿠폰을 많이 사용하시나요?”

사용률을 이야기해 주진 않았지만 이런 답변을 받았습니다.

“커피를 마시러 오기보다는 만남의 장으로써 많이 활용됩니다. 아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준 뒤, VIP 라운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시는 어머님들이 많으니까요.”

VIP는 아주 배타적인 서비스입니다. 온라인에서만 제공하는 쿠폰, 적립금 상향 조정과는 다르게 오프라인 VIP만 누릴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가 백화점에서 만들어지게 됩니다.

오프라인 진출을 고민하는 브랜드에게

연간 3만 6천 여개의 SKU를 쏟아내는 자라(ZARA)를 보며 가짜를 만드는 브랜드라고 인식하는 소비자는 없습니다. 이미 자라는 ‘트렌디’한 디자인을 ‘합리적’인 금액에 살 수 있는 브랜드로 자리잡았죠. 이 이면에는 자라가 제공하는 오프라인 경험이 한 몫 했을겁니다. 매장 내 비치된 자동 결제 시스템, 쇼핑에 최적화된 매장 조명, 오프라인 공간에서의 경험을 통해 브랜드가 고객의 인식을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낸 것이죠.

오프라인 진출을 고민하고 계신다면, 결정 전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우리는 우리 매장을 제집처럼 드나드는 ‘그 고객’이 누구인지, 그들이 매장에서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진정으로 알고 있는가?”

중요한 건 결국 ‘고객’입니다. 고객을 찾고, 그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심어주는 과정 속에 해답은 이미 여러분의 마음속에 정해져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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